[한국경제] '광화문 집회' 앞두고…서울시청에 청년 700명 모인 이유

관리자
2025-04-04
조회수 60

'광화문 집회' 앞두고…서울시청에 청년 700명 모인 이유


취업 고민하는 서울시 청년 700명 한곳에 모여
스펙보다 경험…대기업·글로벌 기업 멘토링 성황
맨바닥에 돗자리 깔고 대화도…청년들 열정 빛나
지난달 28일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진행된 '서울 청년 대기업·글로벌 기업 재능기부 멘토링'에서 청년들이 그룹별로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기업 전현직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 권용훈 기자
지난달 28일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진행된 '서울 청년 대기업·글로벌 기업 재능기부 멘토링'에서 청년들이 그룹별로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기업 전현직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 권용훈 기자
"인공지능(AI)이 아무리 발전해도 결코 대체할 수 없는 것이 바로 경험입니다. 성장하는 기업들은 토익 점수나 자격증이 아닌 청년 여러분이 쌓아온 생생한 경험과 도전의 흔적을 원합니다"

서울 도심이 대규모 탄핵 찬반 집회 예고로 긴장감에 휩싸였던 지난달 28일 오후 4시. 광화문역 인근 거리에는 집회를 앞둔 시민들로 술렁였지만 서울시청 8층 다목적홀에는 미래를 고민하는 청년 700여명이 빼곡히 자리를 메웠다. 이날 오후 5시 30분부터 9시까지 진행된 ‘서울 청년 대기업·재능기부 멘토링’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2일 서울시에 따르면 당초 500명을 목표로 했던 이번 청년 멘토링 행사는 서울시청 홈페이지에 신청자 모집 공고문을 게시한 지 10일 만에 지원자 950명이 몰리면서 참가인원을 700명으로 늘렸다.

멘토링은 아마존, 나이키, 스타벅스, 현대자동차,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네이버, 카카오 등 글로벌 기업과 국내 대기업 전·현직자 45명이 멘토로 나서 재능기부 형식으로 진행됐다. 참가한 청년들은 대표 강연, 모의면접, 그룹 멘토링 등을 통해 취업에 대한 현실적인 조언을 들을 수 있었다.

쿠팡·메타 등 멘토들 연차 내고 자발적 봉사활동

정종철 쿠팡 풀필먼트서비스(CFS) 대표가 청년들과 이커머스 업계에서 필요한 인재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쿠팡풀필먼트서비스는 쿠팡의 물류 계열사로 전국 물류센터 운영과 배송 관리를 담당하며 로켓배송의 핵심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권용훈 기자
정종철 쿠팡 풀필먼트서비스(CFS) 대표가 청년들과 이커머스 업계에서 필요한 인재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쿠팡풀필먼트서비스는 쿠팡의 물류 계열사로 전국 물류센터 운영과 배송 관리를 담당하며 로켓배송의 핵심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권용훈 기자행사에 참석한 멘토들은 모두 개인 연차를 내고 별다른 보수 없이 재능기부에 나섰다.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 자발적으로 시간을 낸 것이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인텔 코리아 전 부사장은 "방황하던 시절 인생 선배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는데 그 고마움을 후배들에게 갚는다는 생각으로 봉사에 참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멘토들은 각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청년들에게 현실적인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정종철 쿠팡 풀필먼트서비스 대표는 ‘글로벌 밸류체인 분석’을 주제로 약 30분간 발표했다. 그는 “인공지능 시대에서도 절대 이길 수 없는 것이 경험”이라며 “기업들은 실질적인 경험을 갖춘 인재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정다정 메타(META) 총괄임원 역시 ‘글로벌 최대 SNS 기업과 마케팅 직무 분석’을 주제로 강연하면서 “기업들은 이제 단순히 스펙이 아닌, 다양한 도전과 경험을 가진 사람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청 다목적홀 2층 복도에서 청년들이 바닥에 돗자리를 깔고 앉아 김남일 KT 개발자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권용훈 기자
서울시청 다목적홀 2층 복도에서 청년들이 바닥에 돗자리를 깔고 앉아 김남일 KT 개발자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권용훈 기자

“현직자 조언, 취업 고민에 큰 도움” 한목소리

졸업을 앞두고 막막함을 느끼는 대학생, 더 넓은 무대로 이직을 희망하는 직장인 등 현장에는 저마다 다른 고민을 안고 온 청년들로 가득했다. 수백명의 청년들이 몰리면서 공간이 부족해지자 바닥에 돗자리를 깔고 앉아 그룹 멘토링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노란색 노트를 펼치고 멘토들의 조언을 빼곡히 메모하던 박모 씨(28)는 “평소 취업 준비를 하면서 늘 갈피를 잡기 어려웠다"며 "현직자들에게 직접 조언을 들으니 목표가 훨씬 명확해졌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가자인 대학생 김지은 씨(25)는 청년들의 열정이 가득한 행사장을 둘러보며 연신 감탄했다. 그는 “대기업 취업을 목표로 했지만 글로벌 기업까지는 꿈도 못 꿨다"며 "메타나 디즈니처럼 평소 만나기 힘든 글로벌 기업 실무자들과 직접 대화를 나누면서 나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열리는 기분이 들었다”고 말했다.
서울시청 다목적홀 2층 복도에서 청년들이 바닥에 돗자리를 깔고 앉아 정태환 네이버 전 개발자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권용훈 기자
서울시청 다목적홀 2층 복도에서 청년들이 바닥에 돗자리를 깔고 앉아 정태환 네이버 전 개발자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권용훈 기자이번 행사를 주관한 큐리아서티 프로젝트팀은 국내외 대기업 전·현직자 150여 명이 모여 활동하는 취업 멘토링 커뮤니티다. 20년간 글로벌 기업에서 경험을 쌓은 김조엘(김형용) 대표가 국내 청년들이 글로벌 무대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설립했다.

김병민 서울시 정무부시장은 “금요일 저녁에도 이렇게 많은 청년들이 취업을 위해 한자리에 모인 것 자체가 감동적”이라며 “서울시는 앞으로도 청년들을 위해 다양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


0 0